녹음실에 드나드는 개그맨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중인 개그맨들이 그 주축. 가수들을 표적으로 한 독설 개그로 유명세를 떨친 '왕비호' 윤형빈이 정식 가수 데뷔로 화제를 모았던 데 이어 유세윤이 이끄는 '닥터피쉬'와 '버퍼링스'의 엄경천, 안윤상이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먼저 닥터피쉬. '개콘'의 인기 코너 '닥터피쉬'에서 동명 타이틀의 락 밴드로 분해 사랑을 받았던 유세윤은 '닥터피쉬'의 또 다른 멤버인 이종훈과 함께 디지털 앨범(EP)을 발표하고 가수로 정식 데뷔한다.
17일 발매를 앞둔 이번 앨범에는 시련과 좌절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타이틀곡 '당겨'(작곡 이제헌, 작사 이태선) 외에 '닥터피쉬'가 방송을 통해 선보여 호응을 이끌어낸 10곡의 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
'개콘'에서 '버퍼링스'라는 코너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개그맨 엄경천과 안윤상 역시 가수 데뷔를 앞두고 있다.
코너 이름 그대로 '버퍼링스'라는 팀명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앨범에도 닥터피쉬 앨범 참여진으로 이름을 올린 이태선 밴드의 이태선씨와 이제헌 작곡가가 포진해 있다. 관객 속에 헤어진 연인을 발견하고도 다가가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남을 웃겨야 하는 개그맨의 심정을 담은 미디엄템포의 타이틀곡 '개그맨'(이제헌 작/곡)은 엄경천과 안윤상이 직접 랩메이킹에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최근 가수가 연기자로 영역을 넓히는 '크로스오버'와 같은 형태가 연예계의 트렌드로 떠오른 양상이지만 개그맨들의 앨범 발매는 크리스마스 캐롤송이나 특정 이벤트에 한했던 기존 양상에 지나지 않고 사뭇 일반화된 경로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개그맨들의 가수 데뷔는 이제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상대적으로 행사가 많은 개그맨들의 경우 자신의 보유곡 여부에 따라 일거양득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음원 콘텐츠가 앨범에만 한했던 기존과는 달리 모바일 산업 등 다양한 문화 형태로 확산되면서 대중들의 귀도 관대해졌고 개그맨들만의 음악 콘텐츠도 그들만의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기에 편승한 상업적인 전략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앨범 발매를 위해 수개월의 보컬 트레이닝을 이겨낸 이들의 노력은 분명 인정해줄 법한 대목이지만 저변에 깔린 상업성 여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개그 무대의 열악한 실정을 감안하면 당사자들을 탓할 수 만도 없다. 결국 개그맨들의 잇단 앨범 발매에 대한 시선은 평가 자체가 불가한 모호한 경계로 남게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