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럭’으로 난생 처음 연쇄살인범 연기 / 캐릭터 몰입위해 3주 동안 ‘방콕’ 생활

배우 진구(28)는 노력파 연기자다.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난 배우라 할지라도 노력이 없으면 그 배우의 값어치는 하락 곡선을 그린다. 반대로 상승 곡선을 긋는 배우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른바 대박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과 캐릭터에 얼마만큼 동화돼 있나 여부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진구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배우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한 배우도 아니다. 때문에 진구는 주어진 역할에 젖 먹던 힘까지 다 소진한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트럭’(감독 권형진)에서 연쇄살인범 ‘김영호’역을 맡은 진구는 캐릭터를 위해 3주 동안 영화 ‘올드보이’처럼 살았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사설감옥에서 15년간 감금생활을 하며 만두로 끼니를 때웠다면 진구는 물과 컵라면으로 연명했다.

“연쇄살인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사람을 죽일 수는 없잖아요. 시나리오를 받아 들고 고민하다 연쇄살인범의 극한의 심리를 느끼기 위해 ‘방콕’(방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않음) 생활했어요. 커튼도 쳐서 햇빛도 차단했고 핸드폰과 인터넷도 하지 않았어요. 외부와의 단절 생활이라고 할까. 소통을 거부했죠. 만약 누군가 ‘올드보이’처럼 저를 가뒀다면 가둔 그 사람을 끝까지 찾아가서 죽일 생각도 들었는걸요”

영화속 ‘올드보이’의 생활을 실제로 몸소 체험했던 진구는 ‘트럭’의 ‘김영호’에 온 몸을 던졌다. 데뷔 6년 만에 처음 해보는 연쇄살인범 연기였지만 영화 시사회 후 평가도 후하게 받았다. 네티즌들도 온라인 평점을 대부분 9점 이상을 줬다.

“‘트럭’이라는 영화는 저에게 한 계단 올라설 수 있게 만든 고마운 작품이에요. 연기자 진구의 모습을 각인시켜준 영화죠. 하지만 아직 올라갈 계단은 많아요. 한 계단 한 계단 업그레이드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진구는 유해진과의 작업도 늘 즐거웠단다. 배울 점이 정말 많은 배우라고 유해진을 평가한 그는 편안하게 연기를 이끌어주고 값진 조언을 많이 던진 유해진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칭찬도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어요. 워낙 연극을 오래 하셨고 선·후배간의 군기가 확실하잖아요. 그래서 가까이 할 수 없었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연기할 때도 그렇고 전혀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형같이 편안했고 자연스럽게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감동도 많이 받았죠”


진구는 사실 오해 아닌 오해도 받았단다. 아역배우 출신이 아님에도 그는 아역배우 출신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는 것. 진구는 지난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당시 진구의 나이는 스물 셋이었고 ‘올인’에서는 고등학생 시절의 앳된 이병헌 역을 맡아 웃지 못 할 오해도 들었다.

“아직도 저를 아역배우 출신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요. 나이도 어리게 보고요. 내일 모레면 서른인데 웃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연기자에게 동안이라는 말은 기분 좋은 것 아닌가요?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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