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집으로 활동 중인 김건모 |
김건모를 인터뷰하기 위해 김창환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은 발걸음이었다.
1집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2집 '핑계', 3집 '잘못된 만남'까지. 김건모가 데뷔 초 성공 배경에는 프로듀서 김창환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3집 이후 돌연 결별, 13년간 각자의 길을 걸었다.
김건모는 그 이유로 "내 음악을 하고 픈 욕심"을 들었고 김창환은 갑작스럽지만 그의 결정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김건모가 이번에 내놓은 12집 'K.C Harmony vs Kim Gun Mo-Soul Groove'은 바로 두 사람이 13년 만에 재결합해 선보인 결실이라는 점에서 발매 전부터 음악 팬들을 설레게 했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280만장의 진기록을 세운 콤비가 다시 손을 잡은 것이다.
◇피우다 만 담배꽁초와 'Kiss'
스튜디오 내 녹음실로 들어서는 아담한 공간에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소파와 디지털 피아노가 놓여져 있었다. 인터뷰 장소로는 더할나위 없이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그리고 피아노 옆 선반에는 한 두 번 빨다 만 것으로 보이는 담배꽁초들이 재떨이 가득 수북히 쌓여 있었다. 피우다 만 담배꽁초가 웬지 아깝게 느껴져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더니 김건모가 이내 눈치를 채고 말을 잇는다.
"피우다 만 거? 몸에 안 좋다니까. 담배는 피우고 싶은데 몸엔 안 좋다고 하고...그러니까 요만큼만 피우는 거죠. 몸에 해로운 게 전부 이 담배 뒤쪽에 있대요."
그러면서 그는 끝부분만 살짝 태워진 담배꽁초를 손으로 집어 보였다. 음악 하는 사람에게 특히 해롭다는 담배를 자기 식대로 취하는 모습이 하고 싶은 음악만을 고집하는 그의 평소 모습과 닮은 듯 했다. 펑키 스타일의 'Kiss'를 타이틀곡으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펑키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시도한 적 없었던 장르예요. 듣기엔 흥겹고 쉬운 것 같아도 대중적인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음악 하는 사람한테 사실은 어려운 장르죠. 하지만 대중들이 펑키에 대해서도 친근해질 수 있도록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이를 위해 김건모는 독특하면서 흥미로운 안무와 코러스로 곡에 포인트를 줬다. 'Kiss'는 자신에게조차 생소한 음악이지만 결코 어색하거나 낯선 느낌이 들지 않도록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됐다. 지난 16년간 쌓은 연륜이 그 과정 속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피아노와 '한국의 스티비 원더'
피아노에 앉아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그는 앉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건반 위에 두 손을 올려놓더니 익숙한 멜로디를 가볍게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마 피아노를 안쳤으면 가수 생활 6년쯤 하고 식당하면서 살았을지도 몰라요. 피아노를 친 덕분에 10년 넘게 음악 생활을 할 수 있었죠."
그는 가수라면 마땅히 악기를 하나쯤은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피아노가 으뜸이라고 추켜세웠다.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노래만 부를 때보다 두, 세 배 더 큰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에 훈련이 안 될 수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무대 위에서 완벽한 공연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1만 번은 족히 연습해야 한다며 진지하게 말하기도 했다.
"노래는 물론 연주, 관객 등 동시에 많은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피아노를 치면 평소에 안 쓰던 신경들이 발달하게 마련이죠. 그래서 피아노를 10년간 친 사람과 안친 사람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어요. 후배들에게 피아노를 권하는 것도 이만큼 좋은 음악 교육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김건모는 즉석에서 스티비 원더의 'My Cherie Amour'와 'Isn't She Lovely'를 연주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스티비 건더'라는 애칭이 절로 머릿 속에 떠올려졌음은 물론이다. 본인은 매우 쑥스러워했지만 말이다.
김건모는 계절이 바뀌면 그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팬들을 찾겠다고 했다. 그의 12집에는 펑키 외에도 보사노바, 블루스, 하우스 등 장르적으로 다양하면서도 그루브를 놓치지 않는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정규 앨범이 늘 아쉬운 것은 아무리 주옥같은 노래들이 많이 수록돼 있어도 극히 일부분의 노래들만 대중에 알려진다는 사실일게다. 김건모의 다음 선곡이 못내 기다려지는 이유, 그가 들고온 보다 풍성해진 음악 선물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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