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궁합 맞는 음료수 따로 있다
[중앙일보 박태균]  경구약(먹는 약)을 복용하려고 하는데 주변에 마실 물이 없다면? 물 대신 우유·콜라·커피·주스·맥주 등과 함께 약을 먹지만 ‘왠지 찜찜하다’는 사람이 많다. 다행히도 약의 효능이 음료로 인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약효를 극대화하려면 따뜻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온수는 위를 따뜻하게 덥히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서 냉수로 복용할 때보다 약의 흡수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소량의 물만으로 약을 꿀꺽 삼키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한 컵 이상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약이 물에 잘 녹고 위·식도 등 소화기관에 대한 약의 직접적인 자극이 줄어든다.

최근 영국의 식·의약 안전위원회는 약의 효과를 방해하는 음식 200여 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지난달 복약지도 정보방(http://medication.kfda.go.kr)을 개설했다. 여기에 기술된 약과 음료의 궁합을 알아보자.

◇카페인 음료와 약=커피·홍차·녹차·콜라 등은 카페인 음료다. 카페인이 함유된 약도 수두룩하다. 피로회복제·종합 감기약·살빼는 약·드링크류·진통제·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일부가 여기 속한다.

이 둘의 조합, 즉 ‘카페인 음료+카페인 함유 약’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함께 먹으면 카페인 과잉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또 소변이 자주 마렵고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빈혈약을 복용 중인 사람에겐 차가 금기 음료다. 홍차·녹차에 든 타닌(떫은 맛 성분)이 빈혈약의 주성분인 철분을 산화시키기 때문이다. 타닌은 보통 위장 내에서 30분가량 머문다. 전문가들이 “철분제를 복용하기 30분 전후엔 차를 마시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은 이래서다.



◇우유와 약=우유와 같이 먹으면 약효가 떨어지는 약이 몇 가지 있다. 테트라사이클린(항생제)도 이 중 하나다. 우유의 대표 영양소인 칼슘이 항생제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 항생제는 식사가 끝난 지 2시간 후에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원칙이다.

감기약·변비약·소화제·제산제·항진균제 일부도 우유와 함께 먹어선 안 된다. 이 약들의 유효성분이 우유의 칼슘과 결합해 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 따라서 이런 약은 우유를 마시고 한두 시간쯤 뒤에 복용한다.

◇주스와 약=일부 항생제(암피실린·에리스로마이신 등)와 맛이 신 주스(오렌지·자몽·포도 주스 등)는 잘못된 만남이다. 이들 항생제가 산성(신맛) 환경에서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신맛 주스는 항히스타민제와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 특히 포도 주스와 항히스타민제를 함께 먹으면 약이 분해되지 않고 몸 안에 쌓여 부정맥·심장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암로디핀(고혈압 치료제)은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둘을 함께 먹으면 주스에 든 특정 성분이 간에서 약이 분해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 결과 약 성분이 체내에 장기 체류해 심한 저혈압이 유발될 수 있다. 오렌지 주스를 제산제와 함께 먹으면 제산제의 알루미늄 성분이 몸에 흡수돼 치매·골연화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술과 약=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가능한 한 술을 멀리 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약은 간에서 해독되는데 술까지 마시면 간이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감기약과 술을 함께 마시면 정신 차리기도 힘들어진다. 항히스타민(감기약 성분)과 알코올(술)의 ‘합작’으로 졸음이 쏟아져서다. 그만큼 운전·안전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아스피린도 술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같이 복용하면 위·장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하루 세 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스피린·타이레놀 등을 장복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타이레놀을 오래 복용하면 간 손상 위험이 높은데 여기에 술까지 더하면 간은 두 손 두 발 다 들어 버린다.

술 마시기 전에 일부러 소화제나 위장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도 잘못된 상식이다. 소화제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갑자기 증가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제산제 계통의 위장약도 위벽에 있는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동을 막아 혈중 알코올 농도를 20%가량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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