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에 나선 강패와 수타 강패와 수타는 과연 이 영화를 끝낼수 있을까?
ⓒ 스폰지이엔티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2004), <활>(2005)에서 연출부와 조감독 이력을 쌓았던 장훈 감독의 영화 <영화는 영화다>는 영화 전후반부를 아울러 각본에 참여한 김기덕 감독의 그림자가 짙게 보이는 액션영화입니다. 김기덕 스타일의 '나쁜남자'들이 영화를 주도하는 이 영화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거칠고 메마르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 합니다. 영화 촬영 중이던 톱스타 장수타(강지환)가 자신의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폭행을 일삼는 바람에 상대역이 영화를 포기하자, 대역으로 조폭 이강패(소지섭)를 섭외하고, 그와 합을 짜지 않은 채 영화를 만들어 간다는 설정입니다. 영화 속 영화란 액자구도는 과거 여러 작품에서 여러 번 시도된 바 있어 신선미가 떨어지는 점이 없진 않지만, 나쁜 두 남자의 대결이 빚어내는 불꽃이 의외로 예사롭지 않은 점은 이 영화가 가진 장점입니다. 톱스타인 까닭에 매니지먼트사의 관리를 받으며 안하무인격의 거만함에 빠진 장수타와 영화배우를 꿈꾸지만 현실에선 전혀 그렇지 못한 조폭 이강패 이 두 사람이 뜻하지 않게 합심해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구도의 진부함은 사라지고, 캐릭터는 진화합니다. 그들 내면 속에 숨어있던 잔인성과 비열함들이 사방으로 튀겨집니다. 영화배우 속 조폭으로 산다는 것과 실제 조폭으로 산다는 건 과연 뭐가 다를까요. 장수타는 이강패에게 "당신이 연기가 뭔지나 알아? 왜 그러고 살아, 짧은 인생 나중에 자식들에게 창피하지 않겠어?"라고 으르렁 거리고, 이강패는 장수타에게 "건달인 우리는 쓰레기 소리나 듣고 흉내도 못 내는 니들은 주인공 소리나 들으니 웃기지 않냐"고 댓거리 칩니다. 영화 속 영화는 결투의 승자를 가리기 위해 여러가지 사건과 갈등 속에서도 라스트 신의 장소인 갯벌로 향하고, 이강패와 장수타는 장훈 감독이 만들어둔 정교한 파국의 성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혈투와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 영화속 강패역의 소지섭 영화속에 뛰어든 조폭 강패는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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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에는 두 배우가 등장하고 조연들이 등장하지만 두 배우에 대한 선호에 따라서 크게 입장이 갈리는 듯 합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소지섭을 위한 영화라고 평하고 또 누군가는 이 영화가 강지환을 위한 영화라고 평합니다. 영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사실, 특정배우에 대한 연민이나 애정을 접어두고 본다면 이 영화는 소지섭을 위한 영화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 합니다. 운동선수 출신 배우로서 연기면에선 뚜렷한 선을 긋지 못하던 그가 군입대 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를 통해 재조명받았던 것처럼, 제대 후 작품으로 조심스레 선택한 이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 소지섭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주인공 '차무혁'으로 보여준 연기가 그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치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려는 듯 합니다. 두 살 때 호주로 입양돼 양부모의 박해 속에 들개처럼 자란 차갑지만 정많은 '차무혁'이 2004년 소지섭이 만들 수 있었던 최선의 내면연기였다면, 조폭 '이강패'로 변신한 2008년 소지섭의 내면은 차무혁을 넘어 더욱 더 복잡해지고 깊어졌습니다. 극에서 초반 장수타(강지환)와의 결투신을 통해 분출된 그의 내면들은 관객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급돌출하듯 보여지는 그의 판단과 행동들은 스토리 전개상으로도 파격적입니다. 배우 소지섭이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더욱 더 깊이있고 내면이 강화된 배우가 됐음을 확인하게 해줍니다. 강인함과 고독함, 잔인함과 차가움, 속내를 보여줄 듯하지만 결국 그 속을 알수 없는 강패의 직업 현실 속 모습에 좀 더 다가간 소지섭은 신인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를 저만치 끌어가는 견인차와 같습니다. <영화는 영화다>는 추석 시즌 가족이 함께 볼 영화로는 전혀 적절하지 않지만 나쁜 남자들간의 결투로 시작된 영화의 시작과 전개 그리고 결말이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는 파격이 있습니다. 또 마치 유명 작가의 스틸샷을 보는 듯, 두 배우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듯합니다. 두 사람의 팽팽한 대립각이 영화 내내 지속됐다면 관객들이 쉽게 지쳐버렸겠지만 두 사람의 긴장과 대립을 적절하게 유머로 중화시킨 영화 속 능청맞지만 열정적인 봉 감독(고창석)의 눈부신 선방도 <영화는 영화다>가 찾아낸 좋은 수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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