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다시 만나면 자본 논리에 매몰된 미디어 정책의 문제점을 꼭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왜 권력이 방송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면 안 되는지에 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겠습니다.”

김영희 신임 한국PD협회장(48)은 1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정책은 사회의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지탱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오직 산업적 측면만 강조해 시청자들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986년 MBC에 입사한 이후 ‘칭찬합시다’ ‘느낌표’ 등을 연출하면서 소박하고 따뜻한 성정 덕분에 ‘쌀집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더 친숙해진 예능PD다. 3년 전 예능국장을 마치고 지난해 9월부터 MBC PD협회장으로 일해오다가 지난 5일 양승동 회장(KBS사원행동 공동대표)에 이어 제22대 한국PD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난데없이 대통령 얘기를 꺼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부의 친기업적 방송 정책과 방송 장악 등을 지켜보면서 예전부터 ‘소통 채널’을 갖고 있는 대통령에게 “이래선 안 됩니다”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김 회장이 연출하던 MBC ‘느낌표’의 장기기증 캠페인 ‘눈을 떠요’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의 친분이 싹텄다고 한다.

김 회장은 “정부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나와야 한다며 방송시장의 확대만을 겨냥한 정책에 집착하고 있다”며 “시청자에 대한 복지와 수혜가 없는 시장 확대는 무의미하며 너무 성급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민영화에 대해서도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최근 발언처럼 권력이 다루기 쉬운 자본을 통해 방송을 통제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해 “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고, 방통심의위 심의에 대해서도 “심의기구가 필요없을 정도로 자율 심의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PD협회의 숙원사업이 많지만 방송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방송장악 저지 투쟁과 PD 재교육 시스템 구축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선 PD들이 참여하는 정책위원회를 격주로 가동해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예능PD의 제작 기법을 살려 더욱 생활친화적인 전달 방식으로 홍보·투쟁의 효과를 높이겠다고 했다. 그는 “요즘 방송 프로그램들이 깊이가 없이 붕 떠 있는 수준”이라며 “각종 기금을 지원받아 콘텐츠의 창의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PD들을 체계적으로 재교육하는 교육기관을 설립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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