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리오(79)ㆍ파올로(76) 타비아니는 이탈리아 영화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형제 감독이다. 이들은 영화를 통한 희망과 치유를 보여주면서 '파드레 파드로네'(1977)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종달새 농장'를 내놓는 등 여전히 왕성히 활동 중이다.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들의 특별전을 '이야기의 마법사-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라는 부제로 마련하고 동생인 파올로 타비아니를 초청했다.

타비아니 감독은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젊은이들이 많은데다 최근 몇 년간 세계 영화 가운데 가장 감명깊게 본 것이 한국 영화이기 때문에 이 자리가 영광스럽고 기쁘다"고 입을 열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는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비극적 스토리도 감동적이었지만 촬영과 연출 방식이 놀라웠죠. 마음에 든 장면이 있어요. 남자 주인공이 딸이 몸을 판다는 사실을 알고 상대 남자의 집에 따라가 밥상 앞에서 그의 뺨을 때립니다. 훌륭하지 않은 감독이라면 더 폭력적이고 강렬하게 묘사할 수도 있는데 고전적이고 차가운 느낌으로 찍었기 때문에 훨씬 비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1950년대 말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시대가 끝나갈 무렵 영화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타비아니 형제는 1960~1970년대를 거치면서 혁명과 파시즘이라는 이탈리아사의 쟁점을 색다른 방식으로 탐구했다.

"좋지 않은 점까지 보여주는 것이 네오리얼리즘의 특징이죠. 예전에 이탈리아 장관이 '더러운 옷은 집안에서 빨아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 영화는 집안의 안 좋은 일을 공개한 셈이죠.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우리는 안 좋은 일을 공개함으로써 정화하고 싶은 겁니다. 자기 나라의 현실을 용감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타비아니 감독은 형과 함께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를 설명하면서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비토리오와 제가 청소년기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전쟁 직후 토스카나의 한 영화관에서 우연히 로셀리니 감독의 영화를 봤습니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우리가 알던 현실이 아닌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죠. 그때 우리는 젊었고 '영화가 아니면 죽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우리는 1977년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그때 심사위원장이 로셀리니였습니다. 그분 때문에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분이 저희에게 상을 주셨죠. 인생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가끔 이렇게 기쁨의 순간이 있습니다."

한 관객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타비아니 감독은 "나도 평생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영화 제작을 성당 건축에 비유했다.

"제 생각에 영화라는 예술은 작품이 나오면 나올수록 변화하는 것입니다. 감독마다, 작품마다 발전하는 것이 바로 영화라는 예술입니다. 비토리오와 자주 이런 얘기를 하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대성당 하나를 짓는 것과 같다고요. 한명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지만 여러 명의 창의력으로 지어지는 것입니다."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들은 사회 현실을 깊이 반영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타비아니 감독은 정치적인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 배경으로 사회가 들어가게 된 것뿐이지 꼭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로셀리니 감독은 '메시지는 영화가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체부가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한 관객이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영화계를 점령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의견을 묻자 타비아니 감독은 자국 영화를 보호하는 제도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훌륭한 독일영화들은 독일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도가 없어진 뒤 쇠퇴를 겪었죠. 국가가 과학 연구에 투자하듯이 영화 연구에도 투자해야 영화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도 각 지역의 영화가 발전해야 미국 영화도 그를 토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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