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탄생과 동시에 '바보상자'라는 가혹한 평가를 받아왔다. 텔레비전은 보여 주기만 할 뿐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 공감각은 전달할 수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TV는 달라졌다. 최근 드라마가 음악과 그림, 음식 등을 소재로 하며 시청자의 눈과 귀, 혀를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 단순히 보여주는 한계를 넘어 시각적 즐거움과 청각적 기쁨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눈과 귀, 코와 혀를 즐겁게 만들기 위한 드라마 TV의 노력을 살펴봤다.

베토벤 바이러스 "중계차 동원해 오케스트라 신 촬영"
클래식을 고지식한 지성인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시청자들은 MBC-TV '베토벤 바이러스'(이하 베바스)를 보며 음악과의 높은 벽을 허물고 있다. 음악 드라마를 표방하는 작품답게 '베토벤 바이러스'는 매회 클래식 음악의 향연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베토벤 교향곡 9번, 쇼팽에튀드, 주페의 경기병 서곡,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등 유명 음악가의 대표 음악을 BGM과 드라마 속 연주곡으로 채택해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베바스'의 속 음악은 이야기의 핵심인 동시에 인기의 양념이다. 보다 생생한 음악을 담아내기 위한 제작진은 노력은 각별하다. 유명 지휘자인 서희태씨를 예술 감독으로 초빙했고, 드라마 속 오케스트라의 실제 연주를 책임질 팀도 오디션을 통해 구했다. 동시에 생생한 협연을 안방극장까지 전달하기 위해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에 중계차까지 동원했다.

'베바스'의 제작사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인선씨는 "배우들은 악기를 연주하는 제스추어만 취하고 소리는 사전에 녹음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덧입힌다. 비록 실제 연주는 아니지만 배우들의 완벽한 모션과 실제 단원들의 프로페셔널한 연주가 합쳐져 탄생한 협연은 실제 못지않은 퀼리티를 자랑한다"고 전했다.

◆ 바람의 화원 "베리캠, 이노비전 렌즈 명화를 되살리다"
오는 24일 첫 방송 될 SBS-TV '바람의 화원'은 조선후기의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을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형식의 시대극이다. 그림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두 장인의 대표적인 명화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배우들은 캐스팅 직후부터 동양화와 서예 학습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실제 그림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이종목 교수와 화가 안국주, 백지혜, 구세진으로 구성된 미술팀이다. '씨름' , '빨래터', '미인도', '단오풍정' 등 김홍도와 신윤복의 대표작을 비롯해 드라마에 쓰일 약 80여점의 그림을 완벽에 가깝게 모사했다.

장태유 PD는 모사의 중요성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카메라 워크에 중점을 뒀다. 그는 "모사에만 신경을 쓴다면 박물관을 감상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그림의 탄생 과정을 극화시키면서 화가가 화제를 선택하는 과정, 그려지는 순간,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 이 3가지 과정을 살리는데 가장 치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명화가 보다 완벽한 볼거리로 거듭나기 위해 제작진은 남다른 연출 테크닉을 시도했다. 장 PD는 "슬로 모션과 패스트모션과 같은 특수효과 구현이 가능한 베리캠과 광학 렌즈의 일종인 이노비전 렌즈로 그림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효과를 줬다"고 전했다.

◆ 바보상자, 오감을 충족시키다
이밖에도 SBS-TV '식객'은 음식의 맛과 향을 안방극장에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미각과 후각을 자극했다. 매회 펼쳐진 음식 궁합은 실제 요리사들과 배우들의 손을 교차 편집해 음식 탄생하는 과정을 안방극장에 생생하게 전달했다.

음악, 그림, 요리는 화려한 비주얼과 만나 시청자들의 오감을 충족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TV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사랑 타령을 넘어 예술과 문화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소재의 확장을 가져왔다는데 큰 의의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보다 완벽한 비주얼의 구현을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카메라 워크와 CG 등은 드라마의 질을 한 단계 업시키는 결과를 내고 있다.

서울 내수동의 대학생 이현미(27)씨는 "과거에는 드라마를 통해 흥미만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드라마를 보며 문화적 소양을 쌓는 즐거움까지 누리고 있다"며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에 대한 호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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