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6살 동갑내기 친구인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왼쪽)과 전태관.
마스터플랜 제공
김종진(보컬·기타), 전태관(드럼)의 2인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이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어떤이의 꿈',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음악은 늘 새로운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도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흘러왔다.

"과거의 음악이 우리가 유년기 음악이라면 이제는 진정한 20세, 성인의 음악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혹자는 이번 음악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 있는데, 속에 들어 있는 우리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과거에는 너무 앞서간 음악도 있었고, 딴 길로 샌 음악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김종진)

6년 만에 발표한 이번 음반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지인 12명을 직접 인터뷰한 뒤 소시민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았다. 중년의 후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첫사랑 얘기를 했고, 어떤 이는 마지막 사랑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드라마고 영화였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 트랙에 녹아 들어갔고, 봄여름가을겨울은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아름답다 아름다워'라는 곡으로 화답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이번 앨범의 지향점을 '20년 후에도 들을 수 있는 클래식'에 두고 있다.

"요즘 음악은 나왔다가 20일이면 들어가지만 우리는 그래도 음악에 대한 힘과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업적인 부와 명예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 도구로 전락했지만 원래 음악은 사람을 위로하는 도구라고 확실하게 믿어요. 적어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그 의미를 잊지 않고 사람들에게 던져줘서 클래식 악곡처럼 200년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사람들이 듣게 해야죠."(김종진)

'클래식'의 연장선에서 20년차 중견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은 우리 음악의 과거와 현재 세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20년 음악을 했지만 외국에는 기본적으로 20년 된 밴드가 많습니다. 음악은 시대를 뛰어넘어서 세대를 허물게 하는 힘이 있어요. 고3인 우리 아들과도 레드 제플린 이야기를 하면 격이 없거든요. 외국에는 대학 식당에서 비틀스나 너바나의 곡이 요즘 밴드인 콜드플레이와 함께 흘러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옛 음악을 심지 있게 들려주는 기성세대의 힘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선배들이 못했다면 그런 기능을 우리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김종진)

이들은 연말쯤 30∼40대를 위한 연말 디너쇼를 계획하고 있다. 이른바 '효도공연'으로 대변되는 중견 트로트 가수의 공연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고급 선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생각이다.

"부모님 선물이 아닌, 30∼40대가 자기가 보고 싶은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과거에도 그랬다시피 우리가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3∼5년 뒤에는 봄여름가을겨울식의 '디너쇼'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전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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