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채식만 하는데 왜 살이 찌나요?
 
[건강] 비만, 채식만 하는데 왜 살이 찌나요?
위클리조선 2007-12-26

과거 로마 귀족들은 배가 불러 더 많이 먹지 못할까봐 음식을 씹어 맛만 보고 뱉었다고 합니다. 실컷 먹고 살이 안 찌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금도 많은 의학자, 제약회사들이 연구하는 ‘꿈의 비만 치료제’가 그것입니다. 아직 현실적으로 실용 가능한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개발된 약품 중 이상과 가장 비슷한 것이 ‘지방흡수차단제’인 ‘올리스타트(Orlistat)’입니다.

이 약을 복용하게 되면 먹은 음식 중 지방 성분의 30% 정도가 체내로 흡수되지 않고 변으로 배출됩니다.

아주 안전한 약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비만치료제입니다.

하지만 지방 외의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흡수를 막지는 못하고, 섭취한 지방의 30%만 흡수를 막기 때문에 70%의 지방은 흡수가 일어난다는 것이 한계입니다.

비만 환자에게 이 약을 처방하면 환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선생님, 저는 지방을 전혀 안 먹는데요’입니다. 물론 지방을 전혀 안 드신다면 지방흡수 차단제를 복용하실 필요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방을 먹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과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삼겹살, 피자, 햄버거 등을 잘 안 먹는다’는 뜻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른 음식들에 포함되어 있는 지방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계란’의 경우는 어떻겠습니까?

삶은 계란이 열량으로 100칼로리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흰자는 순수하게 단백질로 20칼로리 정도의 열량을 가지고 있고, 노른자는 거의 대부분이 지방인 콜레스테롤로 80칼로리의 열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계란 흰자는 다이어트 음식으로 볼 수 있지만 노른자는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과일’에는 지방이 있을까요? 어린 시절 말로만 듣던 ‘코코넛’을 요즘은 맛볼 기회가 많습니다. ‘코코넛’ 과육의 경우 무려 80%가 지방입니다.

그래서 ‘야자유’라는 기름을 짜낼 수 있는 것입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사과’는 어떨까요? ‘사과’에도 8% 정도의 지방이 포함돼 있습니다.

‘바나나’가 의외입니다. 환자분들께 가끔 질문을 해 보면 ‘바나나’에는 지방이 좀 있을 것 같다고 하시는데 바나나는 100% 탄수화물로 되어 있는 과일입니다.

결국 많은 분들이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을 혼동해서 그런 것이지 실제 우리의 식단이 완벽하게 ‘무지방 식단’이 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동물성 지방’을 안 먹는다고 해서 체중이 늘지 않는다는 개념도 틀린 것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산속에서 수도하는 스님들은 모두 날씬해야 합니다.

채식주의자 중에 비만이 없다는 말도 틀린 것입니다. 물론 동물성 지방을 과량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서야 비만이 될 확률이 적을 수 있지만 채식만 한다 해도 자기가 에너지로 소모하는 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면 비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 및 단백질을 과잉 섭취할 경우 몸에 저장할 때 지방으로 변환됩니다. 탄수화물을 과량 섭취하거나 단백질을 과량 섭취하면 역시 체중이 늘게 됩니다.

단지 단백질의 경우는 지방 전환이 적고, 열량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포만감을 주고, 소화 시간이 오래 걸려 배부름을 오래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다이어트 음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 그 역시 과량 섭취하게 된다면 마찬가지입니다.

/ 윤 장 봉 | 중앙대학교 의과대학교 졸업, 신경정신과 전문의, 국제미용학회 정회원.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트리니티클리닉 공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