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감기약을 지으면 보통 약사들은 "식후 30분에 드세요"라는 설명과 함께 사인펜으로 약봉지 겉면의 `식후` 글자에 굵은 동그라미를 그린다.

    이 같은 복약 지도에도 약 먹는 시간대는 개인 성격에 따라 다르다. 분 단위까지 계산해서 30분을 기다렸다 먹는 `모범생` 부류가 있는가 하면 식사 여부와 무관하게 생각날 때 먹는 `자유분방파`도 있다. 대개는 식사 후 바로 복용하거나 대충 시간이 좀 지났다 싶을 때 먹는다.

    그래서 드는 의문 하나. 대충 먹어도 상관없을까.

    ◆ 약 종류에 따라 식전, 식후 달라

    = 결론부터 말해 약 종류에 따라 식전, 식후 구분이 필수적인 것도 있고 큰 문제가 안 되는 약도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복약정보방`(medication.kfda.go.kr)에 따르면 복용법이 약물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약물은 대개 식후 30분이 권장된다. 자주 먹게 되는 대부분 약은 여기에 해당한다.

    장정윤 식약청 연구관(약사)은 "약물의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규칙적으로 약을 먹는 것이 중요한데 식후 복용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즉 `식후 30분`은 약 먹는 일을 잊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서의 의미가 강하며 `식후`나 `30분`에 특별한 의학적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식후 30분 이외에 별도로 복약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면 반드시 준수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위장관 운동 조절제, 궤양 치료제, 과민성 대장증후군 치료제, 식욕촉진제 등은 식전 30분에 먹어야 하는 약이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식후 2시간이 지나 복용해야 한다.

    이들 약품은 음식물이 들어가면 흡수율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식사 전에 먹거나 소화가 다 된 공복기에 먹어야 한다.

    반면 음식물에 의해 흡수가 더 잘 되거나 위장 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약물은 식사 직후 또는 도중에 복용한다. 관절염치료제, 비만치료제, 항진균제, 무좀치료제, 철분제제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드물게는 식후 1~2시간 사이에 먹어야 하는 약도 있다. 위산을 희석시키는 제산제를 식후에 바로 먹으면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취침 전 30분에 먹는 약은 최면제, 완하제, 항히스타민제, 근이완제 등 먹으면 졸리는 약물들이다.

    ◆ 약ㆍ음식 궁합도 따져야

    = `온라인 복약정보방`에는 약과 음식의 궁합에 대한 정보도 있다. 궁합에 맞지 않는 약과 음식을 함께 먹으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생긴다.

    결핵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isoniazidㆍINAH)를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등푸른 생선과 유제품이 상극이다. 이소니아지드는 티라민과 히스타민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데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에는 티라민이, 등푸른 생선에는 히스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다.

    우울증 치료제인 `모노아민 산화 효소 억제제` 복용 환자가 알코올성 음료를 마시면 약효가 과도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복용 기간에는 음주를 피해야 한다.

    부신피질호르몬제(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는 위와 장에 부담을 줘 우유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칼슘보충제를 먹는 골다공증 환자들은 커피 콜라 홍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들 음료는 신장에서 칼슘 배설을 증가시키는 성격이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무좀 등 곰팡이 감염을 치료하는 항진균제 `케토코나졸`과 함께 복용하면 혈중농도가 3~8배 정도 증가해 유해 반응 위험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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