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의 의학속의 WHY
 
주변에서 보면 여성들은 아픈 데가 많다. '배가 아프다' '뭔가가 머리를 콕콕 찌르는 것 같다' '어지럽고 온몸이 쑤신다'고 호소하는 아내, 어머니, 할머니들이 많다. 여성은 왜 아픈 데가 많을까.
여성은 노동 외에 출산이라는 짐도 지고 있다. 여성은 12세 전후에서 폐경(閉經)이 오는 50세 초까지 40년간 생리를 한다. 생리는 한 달간 자란 자궁 안쪽 벽의 세포가 호르몬의 영향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출혈이 오는 것이다. 사람 몸은 피가 나면 그것을 멈추려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생리할 때 자궁벽과 혈관은 강하게 수축한다. 이때 통증이 유발된다. 여성은 이런 생리통을 매월 앓는다.
'월경 출혈'은 빈혈을 가져온다. 월경으로 남성보다 1.5~2배 이상의 철분을 잃는다. 빈혈이 지속되면 두통과 피로를 쉽게 느낀다. 자주 머리가 아프고 몸도 뻐근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여성은 생리 전(前)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우울증, 히스테리 같은 증세를 보인다. '생리 여성'은 자궁근종이 잘 생기고 그것으로 통증을 느낄 확률이 높다. 임신하면 당뇨병과 잇몸병 발생 위험도 커진다.
류머티즘 내과를 찾는 환자의 80~90%는 여성이다. 다 호르몬 탓이다. 여성 호르몬은 염증 반응을 증가시킨다. 반면 남성 호르몬은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니 여성은 관절염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인공관절 수술을 3배 더 받는다. 평생 호르몬의 노예로 살아가는 게 여성의 숙명이라 할 수 있다.
남성은 암(癌)이나 심장병처럼 짧은 기간 고통받는 질병에 잘 걸린다. 여성은 갑상선 질환, 당뇨병, 척추 디스크처럼 중증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고통을 받는 병에 잘 걸린다. 이것도 통증 여성이 많은 이유다.
여성이 통증에 더 민감하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바스대 의료진이 국제의학학술지 '통증(Pain)'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외부에서 가하는 동일 조건의 자극에 대한 통증 반응 실험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통증 감지 시간이 빠르고 참는 시간은 짧았다.
연구진은 여성은 감성이 발달해 아픔을 빨리 느끼는 반면 남성은 통증을 일으키는 외부 자극에 신경이 집중돼 있어 통증을 덜 느낀다고 분석했다. 원시 사회부터 남성은 외부 적들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근성, 여성은 가족의 위험을 빨리 알리려는 본성이 내재해 있다는 뜻이다.
만성통증의 대표 질환인 '섬유근 통증후군'은 주로 30~50대 여성에게 발생한다. 6 대 1 비율로 여자에게 많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근육통이 생겨서 온몸이 쑤시고 눌리는 듯한 통증이 오는 병이다. 이들은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나 엑스레이를 찍어도 특별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으니 꾀병으로 오인받기 십상이다.
의료계에 '공자가 죽어야 여성의 통증이 준다'는 말이 있다. 여성에게 모든 가사 노동을 전담시키는 유교 문화가 여성이 통증을 느껴도 무작정 참게 만든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진통제 개발을 위한 상당수의 의학 연구가 주요 약물 투여 대상자인 여성보다 남성 위주로 진행됐다. 통증에 대한 엄살은 남성이 더 심한가 보다.
국제통증연구회는 올해를 '세계 여성 통증 퇴치의 해'로 정했다. 통증은 본인이 느끼는 주관적 아픔이지만 한편으론 상대방에게 이해받기를 바라는 질환이다. '아픈 여성'에게 따뜻한 '관심 모르핀'을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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