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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에서 '길'을 보다
면역보완대체요법
2008. 10. 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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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오락 프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힙합 그룹 리쌍의 길. /magnum91@chosun.com |
"오락프로 머리싸움 대단"
'배신길' 또는 '이간길'. 요즘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뜨는 한 민머리 연예인은 이렇게 불린다. 신의가 없고 갖은 이간질로 친구들 사이를 망쳐 놓는다고 해서 붙여진 '불쾌'한 별명. 그래도 그는 괘념치 않는다. "A급 스타는 나만 갖고 싶다"며 잘 나가는 영화배우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미팅' 프로그램에 나가서는 "나에게 더 이상 관심 갖지 말라"며 '왕자' 행세를 한다. 뻔뻔해서 더 웃기는 이 사내의 정체는 바로 힙합 그룹 리쌍의 길(31·길성준). 지난 10년간 남들 관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힙합에만 빠져있던 그는 '내가 웃는 게 아니야', '발레리노' 등 히트곡을 작곡했으면서도 사람들 앞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MBC '놀러와', KBS 2TV '꼬꼬 관광 싱글 싱글' 등에 출연하며 밝은 조명 아래 쉴 새 없이 재담을 풀어놓자 대중은 충격과 쾌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
"원래 인맥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음악을 만들 때는 늘 지하 작업실에서 혼자 건반과 씨름하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는 자꾸 사람들을 만나려고 해요."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 1층 로비. 그는 "네 형님 고맙습니다"라고 전화를 끊으며 나타났다. "아, 창렬이형이에요. 행사 하나 잡아줬어요. 아자."
"포장마차, 남의 공연 뒤풀이 등에서 많은 연예인들과 친해졌다"는 그는 넘치는 재치로 연예계에서 '뒷골목 입담꾼'으로 통했다. 그러나 그는 꽤 오랫동안 TV 오락 프로에 나오는 가수들을 혐오했다. "가수가 음악을 먼저 알려야지 왜 엉뚱한 데서 시간 낭비하는가." 그러나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제동이 술자리에서 던진 한 마디가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시청률 10%만 돼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보는 게 오락 프로그램이다. 그 중에는 아픈 사람, 슬픈 사람,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도 있고 또 오늘 하루 일상에 지친 사람도 있다. 그분들이 우리를 보고 웃는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냐?"
그는 이후 '놀러와'를 통해 '예능인'으로 데뷔를 하게 됐고 매일 깨닫는 게 많다.
"오락 프로에 나온 지 4달 됐어요. 천재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면 할수록. 이게 보통 머리 싸움이 아니더라구요. 슬픔도 많아요. 여자 친구와 헤어진 다음 날에도, 아침에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고 나서도 스튜디오에 나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방송하는 출연자들을 보면 가슴이 뻐근해지거든요."
그는 "'놀러와' 진행자 유재석의 결혼식에 갔다가 강호동과 친해지게 됐다"고 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 자리에서 강호동을 만나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형님이 예능 대통령이라면 저는 힙합 대통령인데요." 강호동은 "당신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뜨악해 하면서도 이내 길과 친해졌다. 두 사람은 요즘 매일 함께 등산을 다니며 체력을 단련하는 사이다.
그의 '본업'은 여전히 뮤지션이지만 '예능인'으로서 포부도 특별하다. "음악하는 사람들의 내면이 얼마나 순수한지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