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자리에 있다가 내려앉는 기분은 어떨까. 별 중의 별 스타가 한 순간에 가라앉는 기분은 착잡하기만 할까 아니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여기게 될까.

유동근하면 대작의 주인공으로 정평이 나있는 실력파 배우. 그랬던 유동근이 최근에는 자신보다는 젊은 배우들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 연출 김진만 최병길)이 바로 그것. 극중 유동근은 카지노 대부 국회장으로 분해 송승헌을 자신의 오른팔로 만드는 인물이 됐다. '에덴의 동쪽'이 송승헌 연정훈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동근의 역할과 비중을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 만년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오던 유동근으로서는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유동근은 23일 서울 성동구 엔터식스 왕십리역사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인공의 자리에서 젊은 배우를 뒷받침해주는 자리로 온 자신의 처지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유동근은 "'에덴의 동쪽'은 나연숙 작가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며 "나연숙 작가의 글을 좋아하고 성향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분의 작품이 잘돼야 좋은 배우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것은 자신의 비중이 아닌 작가를 향한 마음이었다는 것.

물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유동근의 입장에서는 주인공의 자리를 놓아주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것. 유동근 역시 지금 자신의 모습을 쉽게 예상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유동근은 "골프를 시작할 때 100부터 시작했는데 연기 역시 그랬다"며 연기를 골프에 비유했다. 유동근은 "그저 열심히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순간에 골프가 싱글의 수준이 돼 있었고 방송에서도 난 주인공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시나브로 자신의 수준과 사람들의 평가가 정점의 순간에 다달을 수 있었다는 것. 이어 유동근은 "그로부터 시간이 또 흐르다 보니 나는 다시 골프를 100에 놓고 치게 되더라"며 "나는 연기를 100밖에 못하는 초보자로 돌아오게 됐다"고 심정을 밝혔다.

유동근이 이럴진대 아내 전인화라고 생각이 다를까. 유동근은 전인화 역시 자신의 적은 비중에 적지 않은 놀라움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유동근은 "내가 골프와 연기를 100개 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한 후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된 것이 아내 전인화의 공이 컸다고 밝혔다. 유동근은 "내가 나를 편안하게 운반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시 아내의 힘과 배려가 컸다"며 " 평생 나와 같이 가는 친구니 내가 편안하게 그 길을 가는 것이 좋은 모습일 것"이라 말했다.

어쩌면 조연을 시작하게 된 순간의 고통은 순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보다 더한 일은 촬영장에서도 기다리고 있었다.

유동근은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같다"며 촬영장 속 본인의 모습을 설명했다. 요즘 유동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유동근은 "지금은 인정받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배우는 사랑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자신의 현주소를 표현했다. 이어 유동근은 "배우라는 직업은 기다림의 터널을 가는 것 같다"고 덧붙여 고통 끝에 겪은 깨우침을 표현했다.

유동근은 지난날의 화려함을 벗고 새롭게 다시 시작했다. 중년이 되고서야 신인 때의 출발선에 다시 서게 됐다고 말하는 유동근은 지난날의 아픔을 가르침삼아 새로운 배우의 인생을 살 준비를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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